2010년 9월 1일 수요일

`부동산침체 후폭풍` 은행 집단대출 연체 `경고등`

`부동산침체 후폭풍` 은행 집단대출 연체 `경고등`

이데일리 09/02 08:18
- 시공사 유동성위기로 이자대납 불이행 빈발
- 분양자 완공 후에도 입주지연 이자연체 늘어
- "주담보 연체율 1% 미만이나 안심할 수 없어"

떼일 염려 없다고 여겼던 아파트 집단대출도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일이 빈발하면서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업주(시공사)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대신 내주던 중도금대출 이자를 못갚거나, 완공 후에도 분양자들이 입주를 미루면서 이자를 내지 않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부동산 호황기인 지난 2006~2007년 대규모로 분양된 아파트가 최근 완공되면서 대출자금을 회수할 때가 돌아오자 이같은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지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간 선점경쟁에 따른 저금리 집단대출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시공사 워크아웃등 유동성위기에 분양자 입주 연기 겹쳐

2일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A은행이 집단대출을 해준 부산지역의 한 대규모 아파트 사업장에서 최근 시공사가 중도금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가 대거 발생했다. 이러한 집단대출 연체는 지난 7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 포함) 연체율이 0.53%로 치솟아 지난해 5월의 0.55% 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한몫했다고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자료 각 은행)

통상 시공사들은 분양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분양자들이 내야 할 중도금대출에 대한 이자를 대신 내준다. 아예 시공사가 이자를 떠안거나(이 경우 분양자는 무이자), 아니면 나중에 완공된 뒤 중도금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자를 정산(이자 후불제)하는 형태로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시공사들이 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시공사들이 많아져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은행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분양자들이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거나 현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면서 고의적인 입주 지연이나 계약 해지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중도금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것은 집이 완공되기 전까지만이다. 즉 완공된 후에는 분양자가 입주해서 중도금을 잔금대출로 바꾸든지, 아니면 완공후 입주때까지 중도금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한다.

B은행 관계자는 "요즘 아파트 완공후 6개월이 지나도 입주율이 평균 60% 정도 밖에 안된다"며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용인 수지 등의 수도권쪽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아직은 연체율 1%미만 그러나 연체사례 빈발 "안심할 수 없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0.4%, 5월 0.42%, 6월 0.44% 7월 0.53%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1%대 미만이라 표면적으론 위험수위에 이르진 않았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내용면으로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C은행 관계자는 "당장 드러나는 연체 규모는 적지만 이런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지역은 그나마 겨우겨우 이자를 내는 형편이지만 지방 사업장들에선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D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원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어 문제는 아니지만 이자는 떼이기 십상"이라며 "사실 지방 사업장의 경우는 원금만 받는 것도 감사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7월말 현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75조4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집단대출은 34% 수준인 95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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