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30일 목요일

금융권 PF부실 ‘비상구’가 없다?

금융권 PF부실 ‘비상구’가 없다?

부동산 호전 근거없는 기대

정상PF 90%이상 만기연장

저축銀 충당금 적립도 한계

PF發 금융위기 재발 우려



금융당국이 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모범규준을 만들고, 사업성 평가 반영과 보수적인 건전성 분류를 요구하며 부실채권 처리를 종용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향후 또 다른 PF발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일 “현재 은행권 PF 대출 중 사업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정상여신으로 분류된 여신이 상당규모”라며 “은행권이 모범규준에 따라 적극적으로 부실 PF채권을 정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에도 PF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 대출이 이뤄진 부동산 PF 사업장은 1000여개, 여신규모는 45조원 정도다. 지금까지 은행들이 3개월 이상 대출 이자가 지연된 기준만으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을 적용할 경우 사업성까지 건전성 분류에 적극 반영해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들이 이같은 당국의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성 평가에 현재 정상여신으로 분류된 부동산 PF대출의 90% 이상이 몇차례 대출 만기가 연장된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은행들은 1~2년 이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사업성도 양호해질 것으로 낙관하면서 이자 납입이 이뤄지는 여신을 모두 정상 여신으로 간주하고, 대출만기를 연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부동산 PF대출이 일반 중소기업 대출과는 달리 대출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PF대출이 거의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 PF 대출의 상당 부분을 잠재 부실로 보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약없는 부동산 경기 호조만을 믿고 있다가 사업성이 더 악화되는 사태를 맞게 되면 부실 PF 채권이 대량으로 금융권에 몰리는 위기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 2008년부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3조8000억원 가량을 인수해 당장 급한 불은 꺼놨지만 이중 1조5000억원 상당이 내년 말부터 환매된다. 부동산 경기 악화가 지속돼 캠코가 떠안은 PF부실채권의 매ㆍ상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실채권을 다시 저축은행이 돌려받아야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비해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것을 주문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과거만큼 좋지 않아 충당금을 적립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매시점에서 추가 부실규모가 충당금 적립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변동성을 예측해 개별업체로 하여금 충분한 충당금 쌓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의 수익이 과거 수준에 못미쳐 걱정”이라며 “결국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기조가 이어질 경우 또다시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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