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0일 화요일

카드론 부실



[] 카드사·가계 부담적어 상반기 11조4천억 대출

과다채무자들 이용률 높아 ‘부실화’ 우려 커져

신용카드사들이 신용대출 상품인 ‘카드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용판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서비스 쪽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카드론이 카드사와 가계의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0일 금융감독원의 집계를 보면,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 규모는 1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원)보다 42.2%나 증가했다. 반면, 현금서비스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41조7000억원)보다 4.1% 줄어든 40조원으로 나타났다. 카드론의 대폭 확대에 힘입어 카드사들의 전체 현금대출 규모(51조4000억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4% 늘었다.

카드론은 한달 뒤 바로 결제해야하는 현금서비스와 달리,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에 걸쳐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구조다. 회원으로서는 현금서비스보다 상환부담이 적고, 카드사 처지에서도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카드론의 금리는 10%대 후반으로 30%대의 고금리인 저축은행·캐피털사보다 낮은 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이들이 몰리면서 카드사들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점에 이른 신용판매 시장의 여건도 카드사들의 카드론 판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카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등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나 카드사들의 순익 증가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신용판매의 수익원은 대부분 할부수수료와 가맹점수수료인데, 대형 가맹점은 최소 3개월 무이자 할부를 시행하고 있어 그만큼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 반면, 각종 할인혜택을 위해 제휴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회원 모집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영업비용이 전년보다 11.1% 늘어난 3조1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소비회복에 따른 이용실적 증가에만 기대기엔 카드사들의 처지가 팍팍해진 셈이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익이 뻔한 신용판매 대신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금융서비스 쪽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며 “단기상품인 현금서비스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카드론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두 자릿수였던 연체율이 최근 1%대로 떨어지는 등 리스크 관리에 자신이 붙었다는 점도 카드론 확대의 배경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이 과다채무자(미상환 대출을 3건 이상 보유한 개인)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정보의 자료를 보면, 과다채무자들의 59.36%가 카드론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과다채무자의 카드론 이용비율(13.96%)보다 4배나 높다. 하반기 금리상승과 부동산값 하락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자칫 가계·카드사의 부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사들이 카드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대출 추이 등 영업실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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